영혼의 산책

은퇴식 없는 목사의 은퇴를 꿈꾸며

(은퇴식 없는 목사의 은퇴를 꿈꾸며)


교회를 개척하고 3년쯤 되었을 때다. 주일예배를 마쳤는데, 교인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각자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펼치더니 한바탕 잔치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교회 절기도 아니었고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교인들이 갑자기 케이크에 불을 켜더니 나에게 ‘Happy Birthday to you!’ 축하 노래를 불러주신다. 그리고 선물도 여럿 받았다. 아주 근사한 선물들이었다. 


내 생일이 언제인지 한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들 아셨는지 목사 생일 잔치를 해 주셨다. 아마도 돌 잔치 이후에 가장 많은 분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날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받았는지.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쉬는데 ‘내년 생일에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내년 생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타락할 것 같았다. 세속적인 목사가 되는 듯 했다. 


그래서 당장 여선교회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년부터는  목사 생일 잔치 없습니다.  케이크도 준비하지 마세요. 아니, 목사 생일은 아예 기억도 하지 마세요. 이번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한 번으로 족하고도 넘칩니다.’


그날 이후로 생일을 알려주는 카톡과 facebook 프로필에서 내 생일을 지웠고,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생일 잔치를 하지 않았다. 가끔 제 생일을 기억하고 일을 벌리는 분들이 계시는데, 예수님 생일만 알면되지 목사 생일은 몰라도 된다. 내가 이렇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4월 국민일보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독교에 대한 대 국민 이미지 조사] 결과 한국교회 신뢰도는 18.1%로 나타났다. 2년전 31.8%에서 무려 13.7% 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특히 2,30대는 11.7%로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습니다. 젊은이 10명 중 1명 정도만 교회를 신뢰한다는 충격적인 실태였다. 여기에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응답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를 다니는 교인들 조차도 교회를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호감도 면에서도 천주교가 65.4%, 불교가 66.3%의 호감도를 보인데 반해, 기독교는 25.3%로 3대 종교 중 가장 낮았다. 한 마디로 비호감 교회가 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따른 것인데, 빅데이터는 이렇게 분석을 했다.


불교에 대해서는 ‘포용적인, 상생하는, 친근한, 경건한, 배려하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등의 데이터가 나왔다. 천주교는 ‘도덕적인, 공감하는, 진정성 있는, 희생적인’ 그리고 불교와 마찬가지로 ‘경건한, 배려하는’ 등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반면에 기독교에 대한 빅 데이터 결과는 ‘세속적인, 배타적인, 물질적인, 위선적인, 이기적인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나타났다. ‘세속적인, 배타적인, 물질적인, 위선적인, 이기적인’ 사람들은 교회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안타까움을 넘어 당혹스럽고 비참한 결과다. 주님의 몸된 교회, 거룩한 주님의 교회를 사람들은 세속적이고, 배타적이고, 물질적이고,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공동체로 보고 있다. 


본래 교회가 천주교와 불교를 뛰어넘는, 포용적이고, 배려하고, 도덕적이고, 희생적인 공동체였는데, 세상은 더 이상 교회를 이같은 모습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잘못 보고 있는 것인가? 교회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잘못되었나? 교회가 정녕 억울한 것일까? 


아니다. 교회가 잘못해서 그렇다. 그리스도인들이 잘못 살아서 그렇다. 이미지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 이미지들이 모여 인식이 고착된다. 즉,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세속적이고, 배타적이고, 물질적이고, 위선적이고, 이기적 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이란 거울에 비췬 것이다. 


교회가 이대로는 안된다. 이 모습 그대로 살아서는 안된다. 교회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 교회가 지금의 모습에서 개혁하지 않고는 결코 비호감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고, 신뢰받는 교회가 될 수 없다. 


나는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는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친구 목사님들과 함께 나누었다. 작은 일부터 교회를 개혁해 나가자고 했다. 그중 하나가 ‘은퇴식 없는 은퇴를 하는 것’이다. 


목사 생일 잔치를 없애는 것도 교회 개혁 중 하나였고, 은퇴식 없는 은퇴는 하는 것도 교회 개혁으로 목회를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목사님들이 은퇴를 하면, 특별한 날을 정해서 손님들을 초청하고, 그분의 업적을 기리며 은퇴식을 치르는 것이 관례다. 그것이 일평생 목회에 헌신한 목사님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라고 여겼다. 그것은 분명 좋은 전통이다. 


하지만 그 좋은 전통이 본래 가지고 있던 존경과 감사의 의미가 퇴색하고,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악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합리적인 퇴직금 외에 과다한 전별금이 생겨났고, 화려한 은퇴식 때문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했던 목회가 자기 자랑과 자기 영광이 되어버렸다.


나는 은퇴식 없는 은퇴를 할 것이다. 목사의 정년을 마치는 마지막 주일에 늘 하던 대로 설교를 하고, 축도를 하면, 그것으로 은퇴식을 대신할 것이다. 당연히 손님들을 초청하는 일도 없다. 그냥 강단에서 마지막 주일에 마지막 설교를 하면서 은퇴할 것이다. 그것이 세속적이고 위선적인 교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개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교회가 포용적이고, 배려하고, 도적적이고, 진정성 있으며 희생하는 교회가 되기를 원한다. 사실 이것이 교회의 본래의 모습, 초대 교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들이 이 모습을 잃어버렸다. 


잃어 버린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교회의 개혁이다. 우리 교회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교회, 개혁하는 교회,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기를 원한다. 그때 우리가 전하는 복음도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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